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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도 `가축`… 식용 곤충, 거부감 넘어 음식으로

작성일 2019.08.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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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의 미식탐구-20] 지난 7월 25일 현재 국내에서 생산 및 유통 중인 곤충 14종이 법적으로 가축에 포함됐다. 장수풍뎅이 유충과 누에 등을 비롯한 식용 곤충과 약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왕지네, 사료용 귀뚜라미와 학습 및 애완용 넓적사슴벌레 등이 대상이다.

미래 친환경 먹거리, 청정 단백질원 등 2000년대 이후 더욱 각광받고 있는 식용 곤충. 곤충이 미래 먹거리 자원으로 지목되고 약 20년이 흐르며 국내에서도 사육 농가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일반 대중들에게는 '음식으로의 곤충'이 낯설다. 이번 칼럼에서 식용 곤충에 대해 알아보았다.

◆식용 곤충, '가축'이 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25일부터 축산법 시행규칙 위임 고시인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을 개정해 공포했다. 따라서 곤충도 한우, 젖소, 돼지, 닭 등과 같이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받게 됐다.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에는 희소식. 이전에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따라 농업의 범주로는 인정됐으나, 이번 축산법에 따라 축산시설로 인정받으며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50% 감면, 농어촌특별세 비과세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축으로 인정된 곤충은 생태환경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 토종 곤충 14종이며, 현재 생산 및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종이다. 식용으로는 갈색거저리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누에 유충과 누에 번데기 4종이며, 약용은 왕지네 1종이다. 동물 사료용은 갈색거저리 유충, 왕귀뚜라미 2종이고, 문방구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학습·애완용은 장수풍뎅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여치, 왕귀뚜라미,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 방울벌레로 총 8종이다. 이 외에 열매를 맺도록 돕는 화분매개용도 있다. 호박벌, 머리뿔가위벌 2종 등도 가축에 포함됐다.

이 중 식용 곤충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국내에서는 메뚜기, 식용누에 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등 총 7종이 식용 곤충으로 지정돼 있다. 그중 갈색거저리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누에 유충과 번데기 총 4종이 가축으로 인정받았다. 그중에서도 성충이 되면 낯설지 않은 생김새의 딱정벌레로 성장하는 갈색거저리의 유충이 '고소애'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서도 '밀웜(mealworm)'이란 이름의 대표적인 식용 곤충으로 널리 섭취되고 있다.


갈색거저리 유충 (밀웜, 고소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곤충, 과연 얼마나 영양가 있기에

식용 곤충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건강하고 깨끗한 천연 단백질원이라는 것이다.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식용 곤충은 소고기에 비해 약 3배 정도 단백질 함유량이 많고, 지방 성분 중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이 75%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쇠고기 기름의 45%가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불포화지방산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지난 7월 17일, 농촌진흥청은 갈색거저리 유충, 즉 고소애에 대해 임상시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5년간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공동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암수술 후 3주 동안 고소애 분말을 섭취한 환자가 기존 환자식을 섭취한 환자에 비해 회복 경과가 유의미하게 좋았다는 것이 그 요지다. 곤충 분말을 섭취한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근육과 골격이 4.8% 증가했다. 또한 췌담도암과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2개월간 영양상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고소애를 섭취한 환자군에서 면역반응을 보여주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16.5%, 건강한 세포막의 상태를 보여주는 위상각(Phase angle)의 변화량이 각각 2.4% 높았다.

◆환경 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 식용 곤충

식용 곤충의 장점에는 환경부담이 적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소, 돼지 등 단백질원을 제공하는 다른 가축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 탄소 배출량 등이 혁신적으로 감축된다. 유엔 소속의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식용 곤충은 소의 17%, 돼지의 32%에 달하는 사료만 필요하므로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비용이 낮다. 사료뿐 아니라 물 소비량도 동량의 단백질 생산 기준 10%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매우 적다.

한편 사육 기간도 짧다. 소 한 마리는 약 30개월이 걸려야 식용으로 도축되지만 곤충은 짧게는 3주, 아무리 길어도 3개월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사육과정에서 가축 분변 등 심각한 토양·수질오염 원인이 되는 축산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고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배출량이 적다. 또한 서랍칸처럼 층층이 생장환경만 조성하면 따로 초지나 축사 등 공간 마련에 대한 부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연례 행사처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대규모 감염병 통제도 용이하다.

◆성장하는 식용 곤충 시장

식용 곤충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전 세계적 트렌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세계 식용 곤충 시장이 2024년까지 7억1000만달러(약 8304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농림부가 서울대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2018년 국내 곤충산업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8년 2648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6309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8% 가까이 꾸준히 성장한다는 관점이다.

곤충 산업에 포함된 분야는 무주 반딧불 축제, 함평 나비축제 등 곤충을 이용한 지역행사의 규모가 전체의 46% 수준으로 가장 크다. 산업 분야 중 식용 곤충 시장은 2018년 기준 430억원 내외로, 전체의 16%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전체 시장 전망치인 8%에 비하면 2.5배에 달하는 20%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계의 곤충 식품

인류의 음식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곤충 식품은 무엇이 있을까?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에서는 곤충 튀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태국 전역에서도 곤충을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귀뚜라미 튀김을 올린 샐러드 /사진=Insects in the Backyard



번데기를 넣은 바질소스 파스타 /사진=Insects in the Backyard


고급 정찬 요리에도 곤충이 등장한다. 영국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에 의해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힌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에서 얇게 썬 쇠고기 위에 개미를 올려 주는 것도 미식의 정점에 있는 요리로 평가받는다. 개미에 있는 독특한 산미가 음식에 풍미를 더한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설명이다. 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먹는 곤충 요리를 파인다이닝의 형식으로 재해석해 큰 호응을 얻은 레스토랑 인섹트 인더 백야드(Insects in the backyard)가 오픈한 바 있다.

◆곤충, 음식이 되려면 거부감 넘어야

식용 곤충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대중의 음식 문화에서 곤충은 아직 식재료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온 오프라인 유통사에서 일반 고객이 식용 곤충을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곤충은 대중의 거부감을 해결하지 못해 수요가 낮고, 따라서 유통사에서도 판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식용 곤충으로 분류된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2018년 기준 국내 곤충별 판매액에서 1위를 차지해 판매액은 153억원에 달하나, 상당수가 '유충 키우기' 등 애완상품으로 판매되거나 섭취 가능한 식품으로 가공된 경우, 음식 재료라기보다는 환 형태로 건강상의 효능을 기대하는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판매된다. 유충을 이용한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장수풍뎅이 유충도 사정은 같다.

판매액 기준으로는 27억원으로 곤충 중 3위를 차지하는 갈색거저리(고소애) 또한 다른 곤충에 비해 건조한 원물 형태의 과자로 유통되는 경우를 찾을 수 있으나, 대부분은 분말화해 당뇨식 등 특수목적 치료식으로 사용한다. 식용 곤충에 대한 정보도 일반 식재료와는 달리 건강 관리, 환자식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흔한 식품이었던 번데기, 밀레니얼 세대에겐 낯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의 경우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메뚜기 튀김을 일반 가정집에서 해 먹거나, 소풍날 길거리에서 번데기를 종이컵에 담아 먹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지역 음식점의 밑반찬 번데기 조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식용 곤충 문화는 9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고, 낯선 문화가 된 것이다.

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 구성원이 형성한 '익숙함'에 있다. 2005년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바퀴벌레 튀김, 아프리카의 나방 유충을 비롯해 한국의 산낙지를 세계 최고의 혐오식품 1위로 꼽은 바 있다. 산낙지를 토막내 산 채로 소금과 참기름을 뿌려 먹는 행위, 세발낙지를 산 채로 입 안에 넣고 씹는 행위는 한국 음식 문화권 밖의 시선으로 낯설게 본다면 기이할 수 있으나, 늘상 '낙지탕탕이'를 즐겨 온 사람이라면 그저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맛있는 안주일 테다.


아직은 낯선 곤충, 그리고 유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량으로 곤충의 잠재력이 무한하더라도, 소고기 또는 닭고기와 비견할 수 있는 대체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 위해서는 '음식'의 위상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꿀벌이나 나비 등 몇 가지를 제외한 대다수의 곤충은 인간 문화에서 박멸 또는 방역의 대상으로 인지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된다. 단순히 '낯섦'을 넘어 혐오 대상이 되도록 오랜 기간 교육되던 것이, 영양과 환경 이점을 들며 미래 먹거리라고 부상한들 개인이 곤충을 입에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루를 내고 환약으로 재가공해 약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미래의 음식문화로 자리 잡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식용 곤충 시장 지원을 위해서는 농가 지원만큼이나 유소년 교육 과정에서 곤충을 혐오식품이 아닌 일상적인 식재료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프랑스의 미각 교육 프로그램 등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세대의 주역이 될 유소년과 함께 곤충을 식용 재료로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약재를 넘어서는 식재료로 곤충의 미래가 보일 때 '식용 곤충'의 위상이 정립될 것이다. 몸에 좋은 멸치를 갈아서 형태를 없애 쿠키로 구워 먹지 않듯, 꽈리고추 멸치볶음과 꽈리고추 고소애 볶음이 다를 바 없는 음식 취향의 문제가 될 때까지 편견 없는 미각 교육이 절실하다.

[이정윤 콘텐츠디렉터·다이닝미디어아시아 대표(julialee@diningmedia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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